eVTOL 어떻게 땅 위를 뜨는지? | 모터·전력 시스템 구조 입문

이미지
7~8편에서 배터리를 다뤘으니, 이번에는 그 에너지를 실제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힘으로 바꾸는 부분을 봅니다. 모터와 전력 시스템입니다. 배터리가 eVTOL의 연료탱크라면, 모터와 전력 시스템은 엔진과 변속기에 해당하죠. 이 부분을 공부하면서 개발자로서 반가웠던 점이 있습니다. eVTOL의 모터 제어는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것 입니다. 여러 개의 모터를 독립적으로, 밀리초 단위로 제어하면서 기체의 자세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복잡한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분산전기추진(DEP) — 서버 이중화의 항공 버전 eVTOL의 추진 시스템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 분산전기추진(Distributed Electric Propulsion, DEP)입니다. 하나의 큰 엔진 대신, 여러 개의 작은 전기 모터를 기체 곳곳에 분산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안전성. 모터 하나가 고장나도 나머지 모터들이 비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에게 이건 서버 이중화(Redundancy)와 정확히 같은 개념입니다.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을 제거하는 설계입니다. Joby S4는 6개, Archer Midnight는 12개의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어서 일부가 멈춰도 안전하게 비행하거나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둘째, 효율. 작은 모터 여러 개를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면, 날개 위의 공기 흐름을 개선하여 양력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추진-양력 연동(Propulsion-Airframe Integration)"이라고 합니다. 셋째, 소음 저감. 작은 프로펠러 여러 개는 큰 프로펠러 하나보다 소음이 적습니다. 각 프로펠러의 회전 속도를 미세하게 다르게 조절하면 소음 간섭 패턴을 분산시켜 체감 소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전기 모터의 종류 — PMSM이 대세인 이유 eVTOL에 주로 사용되는 모터는 영구자석 동기 모터(PMSM, Permane...

전고체·리튬황 배터리 | eVTOL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이미지
7편에서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다뤘습니다. 에너지 밀도 250~300Wh/kg, 사이클 수명 1,000~2,000회, 열폭주 위험. 이 숫자들로 eVTOL이 날 수는 있지만, 사업적으로 성립시키기에는 빠듯합니다. 항속거리가 짧고, 배터리 교체가 잦고, 안전 마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중요합니다. 전고체(Solid-State), 리튬황(Li-S), 실리콘 음극(Silicon Anode) 등 차세대 기술이 실현되면 eVTOL의 경제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배터리 전문가가 아니므로 화학 반응 메커니즘을 깊이 설명하기보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와 타임라인의 현실성에 집중하겠습니다. 기술 로드맵을 소프트웨어 릴리즈 사이클처럼 읽어보겠습니다. 약속한 일정과 실제 딜리버리 사이의 갭이 핵심입니다. 실리콘 음극 — 가장 가까운 현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Anode)은 주로 흑연(Graphite)으로 만듭니다. 실리콘 음극은 이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체하는 기술입니다. 실리콘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론적 용량이 흑연의 약 10배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무게의 음극에 10배 더 많은 리튬 이온을 저장할 수 있다면, 배터리 전체의 에너지 밀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현실적으로 실리콘을 일부 혼합(흑연+실리콘)하는 방식으로 셀 에너지 밀도를 300~400Wh/kg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실리콘은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약 300~400% 팽창합니다. 충전하면 부풀고 방전하면 줄어드는 것을 반복하면서 물리적으로 부서집니다. 이 문제가 사이클 수명을 급격히 줄입니다. 현재 업계는 나노 구조, 산화실리콘(SiOx) 활용, 바인더 개선 등으로 이 문제를 완화하고 있으나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실리콘 음극은 "가장 빠르게 현실화될 차세대 기술"입니다. 이미 일부 전기차에 소량의 실리콘이 혼합된 음극이 적용되고 ...

eVTOL 배터리,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 비전공자가 바라보는 배터리

이미지
저는 배터리 전공자가 아닙니다.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개발자이고, 배터리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왜 빨리 닳는지 불평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eVTOL에 투자하면서 배터리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업 분석을 할 때마다 "에너지 밀도", "C-rate", "열폭주"라는 단어가 나오고, 이걸 이해 못 하면 그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비전공자인 제가 배터리를 공부하면서 "아, 이게 핵심이구나"라고 깨달은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전문가가 보면 지나치게 단순화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투자자 관점에서 "이 정도는 알아야 기업 비교가 된다"라는 수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왜 전기차 배터리를 그대로 못 쓰는가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이 이것이었습니다. 테슬라 모델 3가 한 번 충전으로 400km 넘게 달리는데, 왜 eVTOL은 150km도 힘든 걸까?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 아닌가? 답은 간단합니다. 자동차는 땅 위를 굴러가고, eVTOL은 하늘에 떠 있어야 합니다. 자동차는 바퀴가 차체를 떠받치므로 엔진(모터)은 앞으로 미는 힘만 내면 됩니다. eVTOL은 공중에서 자기 무게를 스스로 지탱해야 합니다. 중력을 이기려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물리적으로 더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는 주로 구름 저항과 공기 저항을 이기는 데 쓰입니다. eVTOL의 에너지 소비는 양력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특히 수직 이착륙과 호버링 구간에서 에너지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Joby의 공개 데이터를 참고하면, 이착륙 시 순항 대비 3~5배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에서는 배터리 무게가 좀 늘어나도 성능에 큰 영향이 없지만(바퀴가 떠받치니까), eVTOL에서는 배터리 무게가 1kg 늘면 그 1kg을 띄우기 위해 추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

2030년 출근길에 eVTOL 탄다? | 현실적 일상 시나리오

이미지
시리즈 1의 마지막 글입니다. 지금까지 eVTOL이 뭔지(1편), 용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2편), 어떤 방식이 있는지(3편), 시장이 얼마나 큰지(4편),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5편)를 다뤘습니다. 이제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2030년에 실제로 eVTOL을 타는 일상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봅니다. 단, 이건 SF가 아닙니다. 현재 공개된 기업 로드맵, 정부 계획, 기술 스펙을 기반으로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린 시나리오입니다. 가능한 것과 아직 불확실한 것을 명확히 구분하겠습니다. 시나리오: 2030년 서울,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월요일 오전 7시 30분. 김포공항에 도착한 출장 귀환자가 잠실 오피스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현재 옵션은 두 가지입니다. 지하철(공항철도 → 환승 → 2호선)로 약 60~70분, 택시로 교통 상황에 따라 40~90분. 출근 시간대에 택시비는 약 3~4만 원입니다. 2030년 시나리오에서는 세 번째 옵션이 추가됩니다. 김포공항 버티포트에서 eVTOL을 타고 잠실 롯데타워 인근 버티포트까지 약 15분 비행. 서울시가 공개한 K-UAM 로드맵에 따르면, 김포공항과 잠실은 초기 UAM 노선 후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무엇이 갖춰져야 하는지, 하나씩 따져봅니다. 전제 조건 1: 기체 인증 완료 2030년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최소 1~2개 기업의 eVTOL이 상용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Joby Aviation과 Archer Aviation은 2025~2026년 FAA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4년의 여유를 감안하면 2030년까지 인증이 완료될 가능성은 높은 편입니다. 다만 인증 일정은 역사적으로 거의 항상 지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보잉의 737 MAX 재인증, 에어버스의 A350 인증 등 기존 항공기도 인증 지연을 겪었습니다. eVTOL은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이므로 예상치 못한 추가 요구사항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실성 평가: 실현 가능...

eVTOL 산업 지도 | 기체만 만들면 끝? 밸류체인 전체 해부

이미지
eVTOL 하면 하늘을 나는 기체를 먼저 떠올립니다. Joby의 S4, Archer의 Midnight 같은 항공기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니까요. 하지만 기체만 만든다고 하늘택시 사업이 되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공항 없이는 운항할 수 없는 것처럼, eVTOL도 이착륙장, 충전 시설, 교통관리 시스템, 정비 인프라, 예약 플랫폼까지 갖춰져야 비로소 서비스가 됩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아이폰(기체)만으로는 가치가 제한적이고, 앱스토어, 개발자 생태계, 통신 인프라, 결제 시스템이 결합되어야 플랫폼으로 작동합니다. eVTOL 산업도 여러 레이어가 맞물려야 돌아가는 생태계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레이어에 돈을 넣을지가 핵심 판단입니다. 레이어 1: 기체 OEM (항공기 제조) 가장 눈에 보이는 레이어입니다. eVTOL 기체를 설계·제조·인증받는 기업들입니다. 현재 상장된 주요 기업은 Joby Aviation, Archer Aviation, EHang, Eve Air Mobility 등이 있고, 비상장으로는 Wisk Aero(Boeing 자회사), Beta Technologies, Vertical Aerospace 등이 있습니다. 이 레이어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인증입니다. 기술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기체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여럿이지만, FAA나 EASA의 형식인증(TC)을 먼저 받는 회사가 시장 선점권을 가집니다. 인증은 기술 시험뿐 아니라 수천 페이지의 문서 작업, 수백 시간의 비행 시험 데이터 축적을 필요로 하므로 후발 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 레이어는 가장 직관적이지만 리스크도 가장 큽니다. 인증 지연, 자금 소진, 기술적 실패 모두 기체 OEM에서 발생합니다. 레이어 2: 핵심 부품·소재 기체 아래에는 부품과 소재 공급망이 있습니다. eVTOL의 핵심 부품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배터리 셀 및 팩. eVTOL의 심장입니다. 항공용 배터리는 자동차용...

eVTOL 시장, 진짜 몇 조짜리인가? | 시장 예측 보고서 팩트체크

이미지
eVTOL 관련 기사를 읽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2030년까지 수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숫자만 보면 흥분되지만, 개발자 습관이 발동합니다. 이 숫자의 전제 조건은 뭔가? 누가 추정한 건가? 왜 보고서마다 숫자가 다른가? 투자에서 시장 규모 추정은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시장이 작으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시장이 크더라도 그 숫자가 비현실적이면 오히려 거품 신호입니다. 이 글에서는 주요 기관의 eVTOL/UAM 시장 전망 보고서를 비교하고, 그 숫자들이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지 팩트체크합니다. 주요 기관별 시장 전망 숫자 시장 규모 추정치를 기관별로 정리하면 상당한 편차가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글로벌 UAM/AAM 시장을 약 1조 달러 이상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이는 가장 낙관적인 추정 중 하나입니다. 맥킨지는 2030년 기준 AAM 시장을 수백억 달러 규모로 보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항공 리서치 기관들은 eVTOL 기체 시장만을 분리해서 2030년 기준 100~300억 달러 범위로 추정합니다. 이 숫자들이 제각각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의하는 시장의 범위가 다르고, 전제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다른 이유 — 전제 조건 해부 시장 규모 보고서를 읽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전제가 네 가지 있습니다. 첫째, 시장의 정의 범위. 2편에서 정리했듯이 eVTOL(기체), UAM(서비스), AAM(전체 생태계)은 각각 다른 레이어입니다. 기체 제조 시장만 보면 수백억 달러이지만, 운항 서비스·인프라·정비·보험까지 합치면 수천억 달러로 커집니다. 보고서가 어떤 범위를 말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상용화 시점 가정. 대부분의 보고서는 2025~2028년 사이에 주요 기업이 상용 운항을 시작한다고 가정합니다. 만약 인증이 2~3년 지연되면 시장 규모도 그만큼 뒤로 밀립니다. 인증 지연은 이 산...

멀티콥터·틸트로터·리프트앤크루즈 | 어떤 방식이 살아남을까?

이미지
eVTOL 관련 기사에 나오는 기체 사진을 보면, 같은 eVTOL인데도 생김새가 완전히 다릅니다. 어떤 건 대형 드론처럼 프로펠러가 잔뜩 달려 있고, 어떤 건 비행기에 프로펠러를 붙인 모양이고, 어떤 건 날개 위에 작은 프로펠러와 뒤쪽에 큰 프로펠러가 따로 달려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디자인 차이가 아닙니다. 비행 방식과 추진 구조 자체가 다르고, 그래서 속도, 항속거리, 에너지 효율, 소음, 안전성까지 전부 달라집니다. 소프트웨어로 치면 아키텍처 선택입니다. 모놀리식으로 갈지, 마이크로서비스로 갈지, 서버리스로 갈지에 따라 확장성과 유지보수 비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eVTOL에서 이 아키텍처 선택이 멀티콥터, 틸트로터, 리프트앤크루즈 세 가지입니다. 어떤 방식을 선택했느냐가 그 기업의 사업 모델, 목표 시장, 상용화 난이도를 결정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걸 모르면 기업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멀티콥터 — 가장 단순하지만 한계가 뚜렷한 방식 멀티콥터(Multicopter)는 우리가 아는 드론을 크게 키운 형태입니다. 여러 개의 고정 프로펠러(보통 4~8개 이상)가 위를 향해 달려 있고, 이 프로펠러들의 회전 속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해서 이착륙과 이동을 합니다. 날개가 없습니다. 장점은 단순함입니다. 기계적 구조가 단순하므로 개발 난이도가 낮고, 유지보수가 쉬우며,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도 상대적으로 간단합니다. 부품이 움직이는 부분(가동부)이 적다는 것은 고장 확률이 낮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EHang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세계 최초로 형식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구조적 단순함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단점은 효율입니다. 순항할 때도 프로펠러가 기체를 위로 떠받치면서 앞으로 밀어야 합니다. 비행기 날개처럼 양력을 발생시키는 구조가 없으므로, 전력 소모가 큽니다. 결과적으로 항속거리가 짧고 속도가 느립니다. 대부분의 멀티콥터 eVTOL은 항속거리 30~50km, 최대 속도 100~130km/h 수준으로 보...